울 엄마 마흔넷에 날 가지시고 산꽃 드신 만큼 배 불러오자
남사시러버서 문지방 한번 넘어보지 못하시고
촉석루 초롱빛에 넘실대는 새벽 남강 바라보시다가
나를 낳았다고 하시네 구박이 서 말이라
행여 누가 볼까 봐 다락방에 핏덩이 올려놓고 끙끙 앓았다고 하시네
진주 봉래산 마른버짐 가득한 초등학교 입학식 날
울 엄마 손 잡고 갔더니 연지 볼그스름한 처녀 선생님
엄마는 어디가고 할머니 모셔왔냐고
어린 마음 대못을 꽝꽝 박았네
지금쯤 그 처녀 선생님 할머니 되었겠지
울 엄마 날 늦게 나은 죄
얼마나 한(恨)이 강물처럼 깊으신지 아무도 몰래 연애하는 걸 눈치채고
울 막내 빨리 장가보내야 한다고 경로당 친구 장모님 만나
쑥덕대고 날 잡더니 평생 지옥에 빠뜨렸네
이제 울 엄마 내년이면 백수네
울 엄마 소원대로 다 큰 아들놈 데리고 고향 가면
그래 왔냐 오냐오냐 그놈 참 잘 켰다 하시네
죽어도 여한 없는디 증손자 언제 보냐고 또 채근하시네
빌어먹을 이래저래 난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밀려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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