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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소문난 추어탕집 우거지해장국 / 곽효환

 

 

 

 

 

 

 

 

 

 

 

 

 

 

 

 

 

 

 

 

 

 

 

 

 

  종로 탑골공원 돌담길 따라 낙원상가 오른편

  도심의 그늘 속 60년 전통 소문난 추어탕집

  하나뿐인 메뉴는 미꾸라지 없는 우거지얼큰탕

  플라스틱 뚝배기에 담긴 소뼈 우린 국물에

  흐물흐물한 우거지 몇 가닥,

  두부 한 토막과 파 몇 조각,

  그리고 희멀건 깍두기 한 종지와 소복한 밥 한 공기

  커다란 국솥 뚜껑을 열면

  새벽부터 밤까지 하얗게 피어오르는

 

  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

  생의 고비를 힘겹게 넘거나 혹은

  어느 언저리를 지리하게 지나는 사람들이

  고된 삶과 세월의 더께가 까맣게 내려앉은

  둥근 나무 탁자 낯선 틈새에 제각각 끼어 앉아

  설렁설렁한 해장국에 든 밥술을 말없이 뜬다

  힘에 부친 가난한 하루를 꿀꺽 삼킨다

 

  한낮에도 빙점을 넘나드는 날씨

  가설 비닐 포장 밖 플라스틱 의자에

  홀로 웅크리고 앉은 초로의 사내가

  메마른 목구멍으로 국밥을 넘긴다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마신 그가

  굽은 허리를 펴고 천천히 걸었으면 좋을

  세밑 겨울 오후 서울은 볕이 느리게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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