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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이재무

 

 

 

 

 

 

 

 

 

 

 

 

 

 

 

 

 

 

 

   배가 고파 달걀 18개를 훔친 사내가

   18개월형을 받았다

   달걀 하나에 한 달형을 받은 것이다

   곰국에, 계란프라이, 멸치볶음에,

   시금치나물로 아침을 먹은 나는 참을 수 없는

   굴욕과 부끄러움과 설움이 솟구쳤다

   누가 저 사내의 가난에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저 사내가 받은 형벌에

   너와 나의 무관심도 가담한 것이다

 

   18개월 형을 때린 검사는

   아내가 차려준 더운밥을 먹고

   기사 딸린 고급차를 타고 뻣뻣하게 목을 세운 채

   출근하여 그것이 거룩한 사명이라도 되는 양

   죄지은 자들에게 엄한 벌을 내릴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없으면 누구나 짐승이 될 수 있다

   18개의 계란이 하나, 하나가 낱개의 돌이 되어

   구형을 내린 자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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