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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잡초를 기른다 / 이원규

 

 

 

 

 

 

 

 

 

 

 

 

 

 

 

 

 

 

 

  잡초들을 뽑으려고

  밀짚모자 쓰고 나섰다가 그대로 둔다

  하나같이 어여쁘지 않은 게 없다

  텃밭에 열무를 심어놓으니

  비름풀이니 애기똥풀 더 무성하다

  어허라,

  저희들도 무슨 뜻이 있으리니

  차라리 잡초를 기른다

  뒷집 할머니가 혀를 차며

  열무를 뽑아다 물김치를 담가와도

  나는 멋적게 웃으며 잡초를 바라본다

  열무 아닌 애기똥풀꽃을 찾아

  먼 길 달려온 나비 한 마리 생각한다

  이건 맛이 없어,

  저건 독초야

  솎아내다 남은 것은 무엇인가

  잡초는 저희들끼리 열렬히 몸을 섞어

  제 아무리 뽑아내도 다시 자란다

  지금껏 잡초라 믿어왔던 생각들도

  더 이상 뽑아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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