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하찮은 물음 / 윤성관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어느 대학 가고 싶니,

  죽을 둥 살 둥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고등학교를 묻고,

  회사에서는 대학교와 학과를 묻고, 결혼 후에는

  어디에 있는 몇 평 아파트에 사느냐 묻고,

  늙은 요즘에는 자식들이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하찮은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만큼 하찮게 살아왔지만

  물어보려면, 저 별빛은 언제 태어났는지,

  「전태일 평전」을 읽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은 적 있는지, 귀를 자른 한 화가의

  자화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詩)가

  얼마나 많은지,

  당황하더라도 이 정도는 물어야지

 

  아니면 최소한,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물어줘야지

  아침마다 새들이 묻는 소리에

  내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우는데

 

                  - 시집 『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