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걸친 옷이 오늘은 더 남루하다
겨울 늪을 행군하던 금욕의 장화를 벗어 진흙을 턴다
곤핍한 등짐을 부리듯
울적한 추억을 물리듯
인동의 긴 묵념을 날던 새떼 돌아와
참을 수 없는 내 은둔을 기웃거리는 4월
아리한 해면의 하늘이여,
바람은 고기압
시샘도 눕히고 간지럼타는 살구나무
긴 도랑을 굽이쳐 보랏빛 아편 향기를 피워낸다
꽃이 못된 것들은 죄다 눈을 감아라
귓속말로 번져나는 신명,
질탕한 뒷소문,
봄,
4월,
빈 집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