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4월의 빈 집 / 이향아

 

 

 

 

 

 

 

 

 

 

 

 

 

 

 

 

 

 

 

 

 

 

 

 

 

 

 

  내 걸친 옷이 오늘은 더 남루하다

  겨울 늪을 행군하던 금욕의 장화를 벗어 진흙을 턴다

  곤핍한 등짐을 부리듯

  울적한 추억을 물리듯

 

  인동의 긴 묵념을 날던 새떼 돌아와

  참을 수 없는 내 은둔을 기웃거리는 4월

  아리한 해면의 하늘이여,

 

  바람은 고기압

  시샘도 눕히고 간지럼타는 살구나무

  긴 도랑을 굽이쳐 보랏빛 아편 향기를 피워낸다

 

  꽃이 못된 것들은 죄다 눈을 감아라

  귓속말로 번져나는 신명,

  질탕한 뒷소문,

  봄,

  4월,

  빈 집을 지킨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 이외수  (0) 2025.04.17
꽃바람 / 김병중  (0) 2025.04.17
진달래 미친년 / 김경애  (0) 2025.04.16
행화 / 김선태  (0) 2025.04.16
아버지 / 황희영  (0) 202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