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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여름 이후 / 이종영

 

 

남아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받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반성할 기억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 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

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 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람이

떠난 여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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