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가 입술 진한 여인처럼
사열대처럼 늘어선 경주 가는 산동 길
입추 지나고 더위는 새 옷 입을 듯
바람에 꺾여 새벽 창을 닫게 했다
길게 늘여보는 유년의 고무줄처럼
지상의 삶은 저 끝에서 더욱 당기어 오고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 같은 나의 기도는
산에 걸린 운무 되어 내 곁을 떠났다
어디쯤 가서 서 있으면
내가 기다리는 자의 말씀을 듣고
그 넓은 공중의 터에서 노래 부를까
그날까지 나는 더욱 거룩해질까
사랑이여, 마른 풀숲에 앉아
가을 부르는 비 기다리는 메뚜기같이 작아지거나
눈부신 햇살 속 한 점 바람으로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나를
크고 강한 손으로 붙잡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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