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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조지훈, '석문' 中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여기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의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섭에 항시 드리우는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남긴 푸른 도포자락으로 이 눈물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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