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곱게 빗은 전옥례 할머니는
엄마더러 자꾸 집에 가라 했다
혼자 살더라도 집에 가서 죽으라고
가뜩이나 요양원 탈출을 꿈꾸는 엄마를 부추겼다
당신은 가고 싶어도 갈 집이 없다고
며느리 보기 싫어 제 발로 나왔으니
집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한다고
한겨울 한봄 그렇게 잡혀 있는 동안
일곱이 죽어 나갔는데 나도 곧 죽겠지
오래 살기야 하겠냐고
머리를 곱게 빗은 전옥례 할머니는
나에게 가끔 설탕을 사다 달라고 했다
토마토며 덜 익은 수박에 설탕을
뿌려 여섯 침상에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엄마가 퇴원하는 날 ‘할매요 고마 우리 집에
가서 우리 엄마랑 같이 살아요’ 했더니
실없는 그 말에 아흔여섯 전옥례 여사 눈빛이
아주 잠깐 푸른 소금처럼 잠깐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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