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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옥상 / 정병근

 

 

 

몸빼에 난닝구 바람의 늙은 여자

축 늘어진 젖통 다 보인다

여자는 저 젖통으로 시퍼런

허기를 먹여 살렸을 것이다

팔일오와 육이오를 올망졸망 데리고

보릿고개를 넘어왔을 것이다

벽돌로 막은 한쪽에

토마토와 고추 모종이 심어져 있고

월경처럼 꽃 몇 송이 피었다

꽃이란 무엇인가

백주대로(白晝大路)의 섹스처럼

염치도 수치도 모르는 꽃

세월이나 가난 따위는 더더욱 모르는 꽃

늙은 여자 슬레이트 처마에 반쯤 가린 채

태평양 같은 골반을 벌리고 앉아

고무 대야에 무언가를 치댄다

기울어진 TV안테나는 통 기억이 안나고

배고픈 빨래집게들 때 묻은 허공 하나씩 물고

해가 닳도록 쪽쪽 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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