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온다. 사랑을 바꾸면 고뇌도
바뀔 줄 알지만, 찾아들어 가는 방이 달라졌을 뿐 고뇌는 그대로
다. 그것이 인간이 하는 사랑이다. 바로 옆 사람이 죽어도 성경책
이나 찾아야 하는 인간의 사랑이다. 그들이 세운 위태로운 탑이
사랑이다. 믿지 않겠지만 탑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시간은 상상력
을 넘어선다. 먼지 휘날리는 종말의 날은 아주 짧다. 모두 다 보여
준 것 같아도 전부 보여준 인간은 여지껏 없다. 거짓말을 할 뿐이
다. 탑이 무너져도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에도 자존심
은 있다. 하늘이 무너진 척하지만 따라 죽지 않는 상주가 퍼 먹고
있는 육개장의 맛 같은 거. 그 순간 탑은 다시 세워진다. 치마가
아무리 인간적이어도 무너지는 탑을 막을 수는 없고, 이 형벌은
무한반복이다. 탑을 세우는 죄, 보이는 것만 본 죄, 영원하다고 착
각한 죄, 그 죄가 이토록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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