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보송보송한 아홉 살 적,
하굣길에 흘레붙은 개들을 보았다
땡볕 대낮에 똥개 연놈이
서로의 튼실한 엉덩이를 맞대고 목하 열애 중이었다
서로의 몸과 몸을 관통한
붉고 뜨거운 기둥을 공유한 채
한통속이 되어 헐떡이며 불타고 있었다
그 거리낌 없는 사랑의 합체가
어린 심장을 사정없이 쿵쾅쿵쾅 쑤셔 박았다
민망함이었을까, 시샘과 질투였을까
나는 돌멩이를 집어 연놈에게 던졌다
따악, 놈의 마빡에 돌멩이가 정통으로 꽂혔다
한심하다는 듯
연놈은 잠깐 나를 쳐다보았을 뿐
붉고 뜨거운 기둥 더욱 단단히 서로를 꿴 채
암수한몸의 비경 끝내 풀지 않았다
오오, 놀라워라
붉고 황홀한 저 깊은 결속의 뿌리여!
오오, 위대하여라
내 것과 네 것이 하나 되는 저 뜨거운 합체여!
어느덧, 세상 눈치 살피는 중년의 세월
문득 ‘개 같은 영혼’이 그립다
개 같은,
이 세상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어울림에 대하여
너와 나 섞이어 더욱 견고해지는 하나 됨에 대하여
애꿎은 돌멩이에 철철 피 흘릴지라도
철부지 돌팔매쯤이야 애당초 두렵지 않은
그 열혈의 자세, 그립다
사랑은
어디서든 누구 앞에서든 당당해야 한다는
그날의 가르침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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