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하얀 눈보라처럼 바닷속을 휘저었을 멸치떼가
말라간다. 영혼은 빠져 나갔는데
하나같이 눈을 뜨고 있다.
죽기 싫었던 멸치가, 사랑의 정점에 있던
멸치가 눈도 못 감은 채 말라 간다.
말라서 누군가에게 국물이 되는 종말.
그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눈 뜬 놈들이 뒤엉켜 말라가는 홀로코스트의 현장에서
한 됫박의 미라와 한 됫박의 국물과 눈물을.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저렇게 단순하게 눈물이 되는 걸.
이제 와서 후회한다 나의 사유가 늘 복잡했던 것을
내 사랑이 모두 음란했던 것을
끔직한 결과들로 뒤덮인 마트를 걸어 나오며 깨달았다.
말라 가는 것이 내가 아는 생(生)의 전부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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