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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텃밭을 건너온 말씀​​ / 박성규

 

 

빈 화단으로 두기 아까워

유채씨를 뿌려 겨울 내내 나물을 해 먹었지만

먹을 시기를 놓친 것들은 씨나 받자고 나뒀는데

씨방이 생기고부터 찾아오던 되새 몇 마리가

며칠 지나니 제 식구 다 데리고 와

떼거리로 몰려들어 씨방을 쪼아댔다

씨나 받을 것이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저들도 먹고 살자는데

필요한 만큼만 남겨줄 거라 믿으며

실컷 먹으라고 내버려둬버렸다

가진 것 나누어주는 것이 보시가 아니라

보시는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

되새가 남겨둔 씨앗을 털어보니

생각보단 양이 많아 되새는 떠나버렸지만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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