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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사그랑주머니 / 이정록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쪼개다 보면

속이 텅 비어 있지 않데? 지 몸 부풀려

씨앗한테 가르치느라고 그런 겨.

커다란 하늘과 맞닥뜨린 새싹이

기죽을까봐, 큰 숨 들이마신 겨.

내가 이십 리 읍내 장에 어떻게든

어린 널 끌고 다닌 걸 야속게 생각 마라.

다 넓은 세상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여.

장성한 새끼들한테 뭘 또 가르치겄다고

둥그렇게 허리가 굽는지 모르겄다.

뭐든 늙고 물러 속이 텅 빈 사그랑주머니를 보면

큰 하늘을 모셨구나!하고는

무작정 섬겨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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