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게 되면서
물건들을 늘 놓는 자리에 놓는 버릇이 생겼다
잃어버리기 전에 잃어버림을 피하기 위한 생각에서다
예컨대 열쇠와 지갑은
거실 두 번째 책장 세 번째 칸 점토그릇 위에 놓는다
모자는 안방의 흔들의자 위에 놓는다
거기에 놓으면 그것들은 거기에 있다
내 손이 다시 찾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 자리가 마음에 드는지 묻지 않았지만
싫어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근거 없는 생각들이 오래 살아남는다
그리고 나는 누가 큼지막한 손으로
나를 들어서
내가 있을 자리에 나를 놓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자리를 싫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나는 놓여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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