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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자리 ​/ 김도언

 

 

 

혼자 살게 되면서

물건들을 늘 놓는 자리에 놓는 버릇이 생겼다

잃어버리기 전에 잃어버림을 피하기 위한 생각에서다

예컨대 열쇠와 지갑은

거실 두 번째 책장 세 번째 칸 점토그릇 위에 놓는다

모자는 안방의 흔들의자 위에 놓는다

거기에 놓으면 그것들은 거기에 있다

내 손이 다시 찾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그 자리가 마음에 드는지 묻지 않았지만

싫어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근거 없는 생각들이 오래 살아남는다

그리고 나는 누가 큼지막한 손으로

나를 들어서

내가 있을 자리에 나를 놓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자리를 싫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나는 놓여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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