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등에 산이 솟아올랐다
등에서 산이 솟아오른 물고기는 탱화 속에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속의 물고기는 날개를 달고 있었다
탱화 속의 물고기를 나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커다란 산을 지고
물 속을 떠다녔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아도 등에 돋아난 죄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魚飛山에 가면 물고기들이 날아다녔던 흔적을 볼 수 있을까
산에 가는 것을 미루다
물고기의 등을 뚫고 나온 사리를 본다
물고기는 뼈를 삭여 제 몸 밖으로 산 하나를 밀어내었다
날아다니는 물고기가 되어 세상을 헤매고 다녔다
비가 쏟아져 내리면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정에서 푸덕이며
금과 옥의 소리를 낸다는 萬魚山과
그 골짜기에 있는 절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일만 마리 물고기떼의 적멸,
폭우가 쏟아지던 날 물고기들이 내는 장엄한 풍경소리를 들으며
만어사의 옛스님은 열반에 들었을 것이다
탱화 속의 물고기와 어비산과 만어사가
내 어지러운 지도 위에 역삼각형으로 이어진다
등이 아파오고 남쪽 어디쯤이 폭우의 소식에 잠긴다
萬魚石 꿈틀거리고
눈물보다 뜨거운 빗방울은 화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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