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나는 어느덧 덜그럭거리는
철물점이 돼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 가게가 크기를 늘려왔던 것은 아니다
그저 흘러들어온 것들과 때로 애써 모은 것들,
더러는 쓴웃음으로 떠안아야 했던 것들이
누런 고철들이 되어서
빈 곳을 남기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잘못 벽에서 튕겨져 나온 굵은 못처럼 그때 네가
내 심장으로 날아 들어온 것은 어쩌면
우연만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너는 너를 쫓는 숙명의 쇠망치까지 불러들였다
못과 쇠망치가 쩡쩡 철물점의 덜그덕거리는 일상을 들어 엎는 소리에
나의 얇다란 심장은 곧 멎어버릴 듯 빨라지고
그래 나를 부수며 계속 너를 던져다오
나 네게 꼭 맞는 무덤이 되어주마
너와 내가 서로 몸을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한 무더기 고철로 변해간들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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