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저런 짐승이 있을까
초록의 몸이 무거워 뒤뚱거리며 누운 저 여름 짐승
숨 쉴 때마다 온 산이 들썩들썩하다
몸의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끈거리는 기운
내 몸이 뜨끈뜨끈하다
삼천 여자를 데리고 놀고 있는가
씩씩거리며 숨을 헐떡이는 발작 광기를
절정으로 뿜어 대는 저 사내
알몸인데도 자꾸 벗고 싶어서
사내는 검푸른 근육을 출렁거리고 있다
이상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천지 녹음
그런 광란의 현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나 갑자기 수태할 것 같다
그 푸른 동굴 속에서 나 알몸으로 누워 산을 받아들이면
산 하나 품어 나오리
바다와 강이 하늘이 땅이 산이 모여
초록의 물결로 넘실거리다가 불끈 일어서는 저 거인
누가 엉덩이를 치받는지 다시 꿈틀한다
바람 불 때마다 푸른 불이 번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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