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없이
그저 아무 말 없이 살아도 좋겠다
바람 부는 날 너풀대는 옷 깃 내맡기고
비 내리는 날은 비 내리는 대로
그냥 젖어도 좋겠다
수많은 말고 말들 속에
무성하게 자라는 비틀린 언어들을
낡은 가방에 차곡차곡 담아두고
뒤척임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깨어있는 것들은 깨어있는 그대로 숨 쉬고
잠들어 있는 것들은 잠이 든 채
말이 없는 지금이 좋다
세상 모든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잘 있는데
유독 나만 출렁이는 것인지
크지도 않은 마음 바다에 파도만 높은 날
주검의 침묵처럼
조용히 잠들고 싶은 말 없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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