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말 없는 하루 /김상훈

 

 

 

 

 

 

 

 

 

 

 

 

 

 

 

 

 

 

 

   아무 말 없이

   그저 아무 말 없이 살아도 좋겠다

   바람 부는 날 너풀대는 옷 깃 내맡기고

   비 내리는 날은 비 내리는 대로

   그냥 젖어도 좋겠다

 

   수많은 말고 말들 속에

   무성하게 자라는 비틀린 언어들을

   낡은 가방에 차곡차곡 담아두고

   뒤척임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깨어있는 것들은  깨어있는 그대로 숨 쉬고

   잠들어 있는 것들은 잠이 든 채

   말이 없는 지금이 좋다

 

   세상 모든 것들은 모두 제자리에 잘 있는데

   유독 나만 출렁이는 것인지

   크지도 않은 마음 바다에 파도만 높은 날

 

   주검의 침묵처럼

   조용히 잠들고 싶은 말 없는 하루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동 / 박형진  (0) 2022.10.03
허수아비 연가 / 방석구  (0) 2022.10.03
가을 비 / 목필균  (0) 2022.10.03
칡 캐러 간다 / 고영  (0) 2022.10.03
남도집 / 윤인구  (0) 2022.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