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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운주사 와불 / 이창수

 

 

 

 

 

 

 

 

 

 

  가파른 산비탈에 그녀가 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찾아갔지만

  그녀는 돌보다 깊은 잠만 잤다

  솔바람이 그녀의 이마를 핥아주었지만

  그녀는 결코 나를 보아주지 않았다

  이승과 저승이 구별되지 않는 세월이 흘렀다

 

  빗물에 배롱나무가 꽃의 허물 벗던 가을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감은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 손을 짚어주었다

  허술한 하늘의 이엉에 그녀가 키우는 별들이

  세상을 촘촘히 덮고 있었다

  오래오래 잠들지 못했던 한 남자가

  그녀의 곁에 누워 돌보다 깊은 잠에 들었다

    - 시집 <귓속에서 운다> 실천문학사.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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