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한국 여자 / 이경림

 

  

                    

 

 

 

 

 

 

 

 

 

 

 

 

   불안증을 치료받으러 신경정신과에 갔다

   전문의 의학박사 (xx) 라는 이름을

   두마리의 용이 감싸고 있는 의사가 내게 물었다

 

   부모와 불화합니까

   남편과 갈등이 있습니까

   이들이 속을 썩입니까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개의 한국 여성들은 이 세가지 중 하나에 문제가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시면 그중의 하나가 발견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오늘 나는 화냥질이 하고 싶었다

   오늘 나는 독한 술을 마시고 싶었다

   오늘 나는 옷을 활짝 벗어 던지고 햇볕 쨍한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싶었다

   나는 오늘 머리를 풀고 꺽꺽거리며

   아주 근사한 고민에 빠져보고 싶었다

 

   도대체 나는 어느 나라 여자인가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제 다녀가셨는가 / 양광모  (0) 2022.10.21
낙조 / 박이화  (0) 2022.10.21
아직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더 많다 / 양광모  (0) 2022.10.20
조엘 오스턴  (0) 2022.10.20
아버지 / 조현정  (0) 202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