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눈이 올 테지
그런다고 누가 고백이나 할까마는
그런 날에는 나무를 찾아간다
늙은 나무는 슬픔만이 아닌 내 슬픔을 이해하는지
왜 울지 않느냐고 묻지 않고
우연히라도 눈물을 만질까 봐 두려워하는 내게
나뭇잎을 안겨준다
몇 개의 계절을 지나온 나뭇잎에는 상처들 선명하고
나도 잔인하게 섬세한 기억들을 생각한다
제대로 배반하지 못한 사랑과
자꾸 헛걸음을 하는 세상과 빈 자루 같은 내 몸을
모두가 눈을 기다리는 그런 날에는
나무만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기억해 준다
내가 나를 잊은 그만큼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런데, 오늘은 / 한영옥 (0) | 2022.12.05 |
---|---|
당신은 붉은 와인 / 정호승 (0) | 2022.12.05 |
쑥부쟁이 / 최삼영 (0) | 2022.12.04 |
초원 여관 / 김현욱 (0) | 2022.12.04 |
산 / 정희성 (0) | 2022.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