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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첫눈 무렵 / 이운진

 

 

 

 

 

 

 

 

 

 

 

 

 

 

  이제 곧 눈이 올 테지

  그런다고 누가 고백이나 할까마는

  그런 날에는 나무를 찾아간다

  늙은 나무는 슬픔만이 아닌 내 슬픔을 이해하는지

  왜 울지 않느냐고 묻지 않고

  우연히라도 눈물을 만질까 봐 두려워하는 내게

  나뭇잎을 안겨준다

 

  몇 개의 계절을 지나온 나뭇잎에는 상처들 선명하고

  나도 잔인하게 섬세한 기억들을 생각한다

  제대로 배반하지 못한 사랑과

  자꾸 헛걸음을 하는 세상과 빈 자루 같은 내 몸을

 

  모두가 눈을 기다리는 그런 날에는

  나무만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기억해 준다

  내가 나를 잊은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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