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다
아니 바람의 몸이었다, 당신은
어느새부턴가 몸안의 기운이 바람처럼 빠져나가고
손바닥에 남은 한 줌의 공기만 당신 것이 되어버렸다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두 발로는 버거워
지팡이를 짚고서도 비틀거린다
땅에서 발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발을 옮기는 것처럼
허공에 머무르는 발걸음이 바람 속에 점을 찍는다
당신이 이승을 떠나기 위한 말 줄임표 --
자유로운 몸짓의 마지막 쉼표 하나가 눈을 뜨고 있다
자식 여섯을 잉태하고 키우는 동안
당신의 전부를 먹이고도 양파 껍질처럼 남은 것을,
세상의 모든 생명을 길러 내는데 쏟아부었던 모성마저
단풍의 절정에서 낙엽이 된다
아, 바람이다 당신은,
아니 바람의 몸이었다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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