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의 달은 골목에서 나온다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처럼
채송화 낮은 담장을 넘어
꼬불꼬불 계단을 올라 하늘에 뜬 분홍 밥 한 그릇
항구의 저녁은 돌아오는 배보다 만선이다
중앙시장 생선 손질하는 할머니
비늘 가득한 팔뚝으로 통영 별 떠오르면
펄럭이는 노을과 불빛에 젖은 그림자들이
싱싱한 물고기들처럼 푸드득 습도를 헤엄쳐다닌다
언덕을 올라오는 허기진 아버지 등 뒤로 바다가 저물고
문득 사는 일이 밀려가기만 하는 것 같은 시간
동피랑집 창문마다 달이 뜬다
둥근 밥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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