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한량없는 목숨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無量壽)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 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 시집:「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시와시학사,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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