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풀숲에 몸을 낮추어 피어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일이
어쩌면 서로를 얽매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눈시울 젖은 연분홍 너를 보고서야 알았다
애써 너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넝쿨손을 뻗어 네 몸을 감고 있다
이 세상 한 몸을 던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낡은 지붕에 깔리는 노을처럼 얼마나
가슴이 저리는 일이리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손나팔을 모아
푸른 공기 속에 그리움을 부르는 내 사랑이여
사랑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님에야
어찌 사랑을 아니라고 도리질을 칠 수가 있으랴
저녁 안개 피어오르는 물가에 앉아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사랑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어루만지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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