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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메꽃을 위하여 / 나종영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풀숲에 몸을 낮추어 피어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일이
    어쩌면 서로를 얽매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눈시울 젖은 연분홍 너를 보고서야 알았다
    애써 너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넝쿨손을 뻗어 네 몸을 감고 있다
    이 세상 한 몸을 던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낡은 지붕에 깔리는 노을처럼 얼마나

    가슴이 저리는 일이리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손나팔을 모아
    푸른 공기 속에 그리움을 부르는 내 사랑이여
    사랑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님에야
    어찌 사랑을 아니라고 도리질을 칠 수가 있으랴
    저녁 안개 피어오르는 물가에 앉아 있는
    너를 보면서야 알았다 사랑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어루만지는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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