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서 봄을 제일 먼저 파는 데는
당연히, 방천시장 입구다.
겨울의 끝에서 먼 데 할머니가 캐 와서
새삼, 수줍수줍 펴 보이는
냉이의 봄 뿌리가 파라니
희다.
어떻게 한 움큼 쥐어주든 천 원을 안 넘어,
아무도 못 깎는
절대의 봄값.
시장의 아침 그렇게 열어놓고 일찍 장사 끝낸 할머닌 또
손주 밥 먹일 때라며
서둘러 버스로 돌아간다.
시장통 입구에
종일 밝게 남아 있는,
할머니 냉이꽃처럼 앉았던
봄 성지(聖地)
- 이하석,『연애 間』(문학과지성사,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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