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있었다지, 온 생애를 그렇게
단풍 차린 잎들이 떨어지며
는실난실 휘감겨와도
그 잎들 밤새 뒤척이며 속삭였건만
마른풀들 서로 몸 비비며
바람 속으로 함께 가자 하여도
제 그림자만 꾹 움켜잡고 엎드려만 있었다지.
설움도 외로움도 오래되면 둥글어지는 걸까
제 속 가득 씨앗들 저리 묻어두고
밤낮으로 그놈들 등 두드리며
이름도 없이, 주소도 없이
둥글게 말라가고 있었다지.
늙은 호박을 잡아 그 둥글고 환한 속을 본다
사리처럼 박힌
단단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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