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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호박 / 이승희

 

 

 

 

 

 

 

 

 

 

 

 

 

 

 

 

   엎드려 있었다지, 온 생애를 그렇게

   단풍 차린 잎들이 떨어지며

   는실난실 휘감겨와도

   그 잎들 밤새 뒤척이며 속삭였건만

   마른풀들 서로 몸 비비며

   바람 속으로 함께 가자 하여도

   제 그림자만 꾹 움켜잡고 엎드려만 있었다지.

   설움도 외로움도 오래되면 둥글어지는 걸까

   제 속 가득 씨앗들 저리 묻어두고

   밤낮으로 그놈들 등 두드리며

   이름도 없이, 주소도 없이

   둥글게 말라가고 있었다지.

   늙은 호박을 잡아 그 둥글고 환한 속을 본다

   사리처럼 박힌

   단단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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