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세월만 축내다 / 윤석주

 

 

 

 

 

 

 

 

 

 

 

 

 

 

 

 

 

 

 

 

   술을 곤죽이 되도록 퍼마시고 잠든 밤이면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어머니가 산속으로 거처를 옮긴 뒤

   마음 둘 곳 없어 

   술독에 빠지는 날이 많았다.

                       

   그런 밤은

   눈물 훔치는 어머니 환영으로

   온몸 흥건히 젖기도 했다

 

   불행의 요소에는 크고 대단한 것보다

   작고 하찮은 것이

   마음을 더 휘어잡기도 한다.

                    

   이를 테면 잊지 못할 것을 잊어버리거나,

   잊어야 할 것을 오래 기억하는,

   설명할 수 없는 낯섦 같은 것이

   오래 가슴 속에 자리 잡아 생을 축내기도 하리라.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먼, 분홍 / 서안나  (0) 2023.03.26
늦기 전에  (0) 2023.03.26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 천양희  (0) 2023.03.25
어느 날의 꽃 / 곽명규  (0) 2023.03.25
꽃무늬 신발 / 김하루  (0) 2023.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