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숨바꼭질처럼
내 삶을 숨겨두는 즐거움을 갖고 싶습니다.
전화도 티브이도 없고 신문도 오지 않는
새소리 물소리만 적막의 한 소식을 전해주는
깊은 산골로 숨어 들어가
내 소란스런 흔적들을 모두 감추어 두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헛된 바람에 불리어 다녔음을
여기저기 무지개를 좇아 헤매다녔음을,
더 이상 삶의 술래가 되어 헐떡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적막 속으로 꼭꼭 숨어들어
홀로된 즐거움 속에 웅크리고 있겠습니다.
그리운 친구에게는 편지를 부치러
장날이면 가끔 읍내로 나가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갈 곳 없는 떠돌이처럼
갈대의 무리 속에 슬쩍 끼어 들었다가
산새들 뒤를 허적허적 좇다가
해질녘까지 노닥거릴 생각입니다.
내게 남은 시간들을
백지의 고요한 공간 속에 차곡차곡 쌓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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