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만나면 개에게 지고
돼지를 만나면 돼지에게 진다
똥을 만나면 똥에게 지고
소금을 만나면 소금에게 진다
낮고 낮아서 더 밟을 데 없을 때까지
새우젓처럼 녹아서 더 녹을 일 없을 때까지
산을 만나면 산에게 지고
강물을 만나면 강물에게 진다
꽃을 만나면 꽃에게 지고
나비를 만나면 나비에게 진다
닳고 닳아서 무릎뼈 안보일 때까지
먼지처럼 가벼워서 콧바람에 날아갈 때까지
꽃잎 떨어져야 열매 맺듯
이기면 지고 지면 이기는 것
썩은 흙이라야 거름되듯
무조건 진다 지고 또 지고 또 진다
썩고 문드러져서 잘난 척할 일 없을 때까지
끝까지 져서 아무도 못이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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