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이라는 억새꽃 같은 간이역이 있다.
계절마다 쓸쓸한 꽃들과 벤치를 내려놓고
가끔 두 칸 열차 가득
조개껍질이 되어버린 몸들을 싣고 떠나는 역.
여기에는 혼자 뒹굴기에 좋은 모래사장이 있고,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 놓고
잔을 주고 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외로운 방들 위에 영롱한 불빛을 다는
아름다운 천정도 볼 수 있다.
강릉에서 20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바닷바람에 철로 쪽으로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와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역사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림트와 연애를 / 서정란 (0) | 2023.05.29 |
---|---|
그대, 보고 계신가요 나를 / 황미라 (0) | 2023.05.29 |
곰삭은 젓갈 같은 / 정희성 (0) | 2023.05.29 |
약이 없는 병 / 김용택 (0) | 2023.05.28 |
섬 / 김명인 (0) | 2023.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