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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어느 봄날 / 김욱진

 

 

 

 

 

 

 

 

 

 

 

 

 

    개와 개나리 사이

    무슨 연분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아파트 담벼락 활짝 핀 개나리 앞에서

    산책 나온 개 두 마리 난리를 치네요

    멀건 대낮, 입마개한 사람들은

    벚꽃 벗고-옷 그러며 지나가는데

    누런 수캐는 혀를 빼물고

    꽁무니 빼는 암캐 등에 확 올라탑니다

    개 나리, 난

    나리 쏙 빼닮은 개를 낳고 싶어요

    이 난리 통에도, 참 사랑은 싹이 트네요

    개 난리 통에 개나리는 참 난감했겠습니다

    이 화창한 봄날

    성이 차지 않은 게

    어디 걔들뿐이었겠습니까 마는

    사정없이 떠나는 봄도 어지간히 다급했나 봅니다

 

                   - 2022 시인부락 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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