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묵은 여자의 적정량은 알아서 대충인걸요.
간장도 대충, 고춧가루도 대충,
마늘 생강 설탕도 대충,
대충이란 말보다 더 적당한 양념이 있을까.
세련된 셰프의 반짝거리는 스푼이나 저울보다
손맛 구수하게 들어오는 소리.
이것저것 대충 집어넣고 보글보글 끓여낸
뚝배기 된장처럼,
눈대중 마름질로 대충 만든 엄마의 옷처럼,
맛나고 속 편안한 대충. 그리 살아보아요.
틈 없이 재단하던 자의 눈금도
희미해지고 빡빡하던 저울의 눈매도 헐렁해졌어요.
때 끼게 계량을 따지지 말고
사랑도 미움도 헐렁하게 대충,
텅 빈 대나무처럼 속속들이 충만하게
대충,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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