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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가을날 / ​​​구양숙​

 

 

 

 

 

 

 

 

 

 

 

 

 

 

 

 

   못 견디게

   생각이 떠나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더운 눈을 하고

   걸어가는 몇 걸음 앞에서

   미친 듯이 나뭇잎은 떨어지고

   물든 이파리는 또 내 안에도 쏟아져

   지금 너도

   내 생각 하는구나

   그래

   가슴이 이리 아리구나

   가던 길 멈춰 서게 한다

   골목길 돌아 들어서면

   낮은 추녀, 길가로 난 봉창

   두런두런 식구들 소리 새 나오고

   나풀거리는 단발머리 문 열고 나올 듯한데

   영 사라져 찾을 길 없는 너 살던 곳

   어쩌지 못해 가던 길 그냥 가며

   쌓이는 이파리 위에

   눈 코 입 새기고

   너무 오래 품고 있어

   형체마저 흐릿한, 그리운

   그때 그 목소리도 얹고

   그렇게

   사람 사는 일도 계절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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