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천성산 노천암 능인 스님은
개에게도 말을 놓지 않는다
스무 첩 밥상을 아낌없이 산객에게 내놓듯이
잡수세요 개에게 공손히 말씀하신다
선방에 앉아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고
싸우든 말든
쌍욕 앞에 들어붙은 개에게 어서 잡수세요
강진 주작산 마루턱 칠십 톤이 넘는 흔들바위는
눈곱만한 받침돌 하나 때문에
흔들릴지언정 구르지 않는다
개에게 공손히 공양을 바치는 마음과
무거운 업보를 홀로 견디고 있는
작은 돌멩이의 마음은 무엇이 다른가
그저 말없이 이름 하나를
심장에서 꺼내어 놓는 밤이다
당신
- 계간문예, 2020년 가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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