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동안 여닫은 수첩에서 나오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매일 만나던 사람, 달마다 부르던 이름
한 해 지나도록 두 번이나 눌렀을까, 이 번호는
한 번도 목소리조차 나누지 않은 이름,
옛 수첩에서 갇혀 나오지 못한다.
보고픈 사람 그리운 이름 석 자는
끊어진 인연을 찾아 새 수첩으로 옮겨 앉지만
얼마나 오래 활자로 남아있을지
나는 너무 미끄러운가보다
잡은 손도, 껴안은 팔도
여기 또 저기서 서서히 풀려 떨어져 나가고
세밑에 서 있는 내게
찬바람이 문틈을 뚫고 들어와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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