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구룡포항 방파제 아래
수평선을 매놓고 언덕을 감돌아 응암산鷹岩山
박바위에 올라섰다
그런데,
객석인양 마련된 널따란 바위마당에
바다가 이동극장 스크린처럼 펼쳐져 있고
바지랑대 몇 개를 이어 괸 빨랫줄 같이
수평선이 높다랗다
수평선 아래 배
배 흘수선 아래 갈매기
갈매기 날갯죽지 아래 읍내 지붕이
오보록한 영상
동해는 그믐사리 간만도 긴가민가한데
등산객 붐비는 토요일이라고
야트막한 산이 이리 높이 해수면을
끌어올릴 재주가 어디 있었누?
산꼭대기 움푹 팬 바위 웅덩이에 괸
물에 손을 담그니 리모컨을 누른 듯 화들짝
화면이 바뀐다
속보,
누가 조금 아까 매, 아니 부엉이처럼
훌훌 벼랑을 날아내렸다는
* 포항시 구룡포읍에 있는 응암산 봉우리 이름.
해발 15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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