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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불의 추억 / 김금분

 

 

 

 

 

 

 

 

 

 

 

 

 

 

 

 

 

 

 

  불이 찌개보다 맛있게 끓을 때가 있다

  엄동설한 새벽 시장에 던져지는 굵은 땔감들

  구멍 뚫린 드럼통 안에서 설설 끓는다

 

  저 불을 사고 싶다

  그 위에 언 생선 녹이고

  노인이 지키고 앉아 있는 좌판의 콩나물 냄비에 앉히고

  오르락내리락 저울질하는 가난한 주머니에 덤을 얹고

 

  조금씩 왕래가 뜸해지는 동기간을 초청하여

  두리반에 수저를 한가득 늘어놓고 싶다

  부엌 쪽문으로 드나들던 밥그릇, 국그릇

  식구들마다 구부려야 통과하던 그 작은 통로

 

  온종일 두 칸 방을 덥혀주던 불화로가 해 넘을 무렵,

  분가루 같은 잿불이 되면

  아궁이 가득 밀어 넣던 청솔가지 매운 연기

  저 불로 그 집을 다시 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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