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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하루의 시작 / 반영호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미명이면
   아버지는 으슥한 곳
   옹기단지가 숨겨져 있는 뒷방을 찾곤 하셨다.
   지난밤 취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건만
   기침하기가 무섭게 제일
   먼저 들리시는 방이다.
   용수를 단지 깊숙이 박으시고
   종구라기로 한 바가지 푹 떠서는
   단숨에 죽-마시고 나서야
   설 잠을 떨구셨던 모양이다.
   그리곤 짠지 광으로 가서
   무청이 달린 총각무를 거꾸로 들어
   잎사귀 쪽부터 통째로 안주를 하셨다.
   가마솥과 쇠죽솥에 불을 지피면서도 연실
   뒷방 쪽에 눈이 간 것은,아무래도 해장술이
   양에 차지 않았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가마솥에 물이 데워지면 어머니가 나오셨고
   어머니는 고마움의 표시로
   농주 한 양재기를 아버지께 권하셨다.
   아버지는 첫 해장인양 헛기침을 두어 번 하시곤
   역시 게눈 감추듯이 후딱 넘기셨다.
   아버지의 하루 시작은 이렇게
   새벽댓바람부터 기분 좋은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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