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람 속에서 갑자기
사나운 개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들었다
개는 쓰러진 나를 향해 한참을 으르렁거리다가
어두운 골목 안쪽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믿었던 사람이 달려와
나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으냐고 물었다
조금 전 당신 속에서 뛰쳐나왔던
그 개는 어디로 갔느냐고 되묻자
믿었던 사람은 가슴을 열고
더 무서운 개 한 마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개 말이오?
나는 결국 사람에게 지는 사람이다
나는 늘 사람에게 지면서도
그 흔한 위로의 반려견 한 마리 키우지 못하는 것은
오래전 내 안에 키우던 자성의
개 비린내 나는 송곳니에게 호되게 물렸기 때문이다
견성한 개는 주인을 물어 죽이기도 한다
내가 키웠던 개들은 매번
주인을 물어뜯는 개로 자라서
나는 나에게도 지는 그런 슬픈 사람이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실, 반어적 진실 / 유안진 (0) | 2024.03.05 |
---|---|
저녁에 / 김광섭 (0) | 2024.03.05 |
특별한 일 / 이규리 (0) | 2024.03.05 |
한오백년 / 조재형 (0) | 2024.03.04 |
통증 / 이근일 (0) | 202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