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도 ‘김정자’고 내 장모님도 ‘김정자’다
내 어머니는 정읍에서 정읍으로 시집간 김정자고
내 장모님은 봉화에서 봉화로 시집간 김정자다
둘 다 산골짝에서 나서 산골짝으로 시집간 김정자다
어버이날을 앞둔 연휴 아까운 터에
봉화 김정자와 함께 정읍 김정자한테로 갔다
봉화 김정자는 정읍 김정자를 위해
간고등어가 든 도톰한 보자기를 챙겼다
정읍 김정자는 봉화 김정자를 위해
시금시금 무친 장아찌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정읍 김정자는 봉화 김정자 내외에게
장판과 벽지를 새로 한 방을 내주었으나
봉화 김정자는 정읍 김정자 방으로 건너갔다
혼자 자는 김정자를 위해
혼자 자지 않아도 되는 김정자가
내 장인님을 독숙하게 하고
혼자 자는 김정자 방으로 건너가 나란히 누웠다
두 김정자는 잠들지도 않고 긴 밤을 이어갔다
두 김정자가 도란도란 나누는 얘기 소리는
아내와 내가 딸과 함께 자는 방으로도 건너왔다
죽이 잘 맞는 ‘근당께요’와 ‘그려이껴’는
다정다한한 얘기를 꺼내며 애먼 내 잠을 가져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이른 아침,
한 김정자는 쌀 씻어 솥단지에 안치고
한 김정자는 화덕불에 산나물을 삶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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