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
대지의 열 손가락이 모두 분홍색입니다
대지는 뭔가 자꾸 해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디 갔나?
나무와 같이 서서 얼어붙던 산속의 정적
어제 불던 칼바람도
피를 녹이러 산을 떠났습니다
주검을 등지고 서둘러 깨어 난 몸들이여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말을 꺼내려하지 마오
사각사각 소리만 나도
이미 대지는 눈물로 번득입니다
살갗이 꺼지고
드디어 피가 돋아나는 세상의 나무들
누구나 뛰어들고 싶은 저 아래
지금 매우 시끄럽습니다
악, 소리를 지르며
지하의 꽃들이 양수를 터뜨리고
떫고 비린 냄새가 올라옵니다
별들은 오히려 조용합니다
더 높은데 저 쪽에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 시집 < 나무 고아원 >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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