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만 한 집과
무릎만 한 키의 굴뚝 아래 쌀을 씻고
찌개를 끓이며 이 세상에 여행 온 나는
지금 민박 중입니다
때로 슬픔이 밀려오면 바람소리려니 하고
창문을 닫고
알 수 없는 쓸쓸함에 명치끝이 아파오면
너무 많은 곳을 돌아 다녀서 그러려니
생각하며 낮은 천장의 불을 끕니다
나뭇가지 사이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손톱만 한 저 달과 별
내 굴뚝과 지붕을 지나 또 어디로 가는지
나뭇잎 같은 이불을 당기며
오늘 밤도 꿈속으로 민박하러 갑니다
- 시집,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 때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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