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던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오고 있었다
산은 깊고 선연(鮮然) 한 푸르름을 머금고 있다
목덜미에 내려앉는 햇볕이 따갑다
길가의 채송화는 벌써 얼굴을 삐죽 내밀고 있다
햇살이 가득한 벌판에서
한 조각 뜬구름을 쳐다보는 것처럼 눈앞은 훤하지만
그 자체에는 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이제껏 여러 길목에서
잃어버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죽었거나 사라져 간 사람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추억들
그러나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멀어져 가고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이 세상에 가득 차 있는 불행(不幸)과
고통(苦痛)은 과연 우연(偶然)의 산물(産物)일까
독한 상처(傷處)를 끌어안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순결(純潔)한 한 가지를
내 마음에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입속의 혀가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나는 거리감(距離感)을 잃고 저 혼자
시계의 태엽에 감겨 천천히 돌아가는 것처럼
무기력(無氣力) 하다
모든 것들을 결정(決定) 짓는 한순간
진실의 언어(言語)가 있는가 하면 거짓의 언어도 있다
이제 나는
새로운 섬광(閃光) 속으로 건너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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