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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봉성 장날 / 권달웅

 

 

 

 

 

 

 

 

 

 

 

 

 

 

 

 

 

 

 

 

 

 

 

 

 

 

 

  닷새마다 찾아오는 봉성장날은

  북적거리는 장꾼들만큼 왁자한

  소고기국밥 냄새가 는개처럼 자욱했다.

 

  마지막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침 묻혀 쓰던 몽당연필 달각거리는

  책 보퉁이를 둘러메고

  까불대는 비비새처럼 날아갔다.

 

  농기구 좌판 거쳐 건어물 전 거쳐

  엿장수 가이 소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어머니는 나에게 

  엿 한 가락을 내밀었다.

 

  콩 서 말을 팔아서 산 간고등어 한 손은 내가 들고

  호미 세 자루 미역 한 오리 양미리 네 두릅은

  어머니가 이고 남은 돈이 맞는지 다시 셈해 보면서

  돌아오는 길에는

  떼 찔레꽃이 어머니 환한 웃음소리처럼

  하얗게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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