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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生의 정면(正面) / 권대웅

 

 

 

 

 

 

 

 

 

 

 

 

 

 

 

 

 




    어느 순간 와락 진저리 쳐질 때가 있다
    허리를 굽히고 마당을 쓰는데
    머리 위로 쓰윽 이상한 바람이 지나간 것 같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무 일 없듯이

    가을 하늘 너무 푸르고 맑을 때
    힘이 없는데 정면으로 맞장떠야 할
    어느 한 순간이 올 때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뙤약볕 시골길
    흰 적막이 가득 들어 있을 때
    맑은 정신으로 눈이 떠진 새벽
    오로지 홀로 나와 맞닥뜨릴 마지막 시간이 떠오를 때
  
    홀연 엄습하는 생의 낯섦을 견디며
    불안한 영혼들이 숙연해지고 고요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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