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와락 진저리 쳐질 때가 있다
허리를 굽히고 마당을 쓰는데
머리 위로 쓰윽 이상한 바람이 지나간 것 같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무 일 없듯이
가을 하늘 너무 푸르고 맑을 때
힘이 없는데 정면으로 맞장떠야 할
어느 한 순간이 올 때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뙤약볕 시골길
흰 적막이 가득 들어 있을 때
맑은 정신으로 눈이 떠진 새벽
오로지 홀로 나와 맞닥뜨릴 마지막 시간이 떠오를 때
홀연 엄습하는 생의 낯섦을 견디며
불안한 영혼들이 숙연해지고 고요해져 간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경 / 도종환 (0) | 2024.07.23 |
---|---|
노독(路毒) / 이문재 (0) | 2024.07.23 |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0) | 2024.07.22 |
아픈 말 / 최인숙 (0) | 2024.07.22 |
아지랑이 같은 이름 하나 / 이세진 (0) | 2024.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