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잠포구 지나
잠진 선착장에서 뱃길 따라
소주 반 병 마시는 사이에 도착하는 섬이 있다
봄에는 파도가 벚나무와 아까시나무에
흰 포말을 올려놓고 가고
가을에는 노을이 나뭇잎을 물들이고 가는 섬
썰물에 가슴을 열어 실미도에 길을 열어주고
갈비뼈를 꺼내 소무의도에 다리를 걸쳐준 섬
사랑을 선택한 남자가
민박집 여자와 소라고둥을 삶으며 산다는,
소주 반 병으로 취해도 좋을 섬
육지에서 도망친
갈매기눈썹을 한 여자와 살림을 차려
갈매기처럼 통통한 아이를 낳고 싶은 섬이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암사 / 김용택 (0) | 2024.08.12 |
---|---|
섬 / 강연호 (0) | 2024.08.12 |
홀로 가득한 그리움 / 김선숙 (0) | 2024.08.12 |
달빛과 누나 / 조태일 (0) | 2024.08.11 |
울진 불영사 / 고은 (0) | 2024.08.11 |